3월의 시모음
2월이 ‘견디는 달’이었다면 3월은 ‘시작하는 달’에 가깝습니다. 달력은 봄을 가리키지만, 몸은 아직 겨울의 습관을 붙들고 있고, 마음은 기대와 불안 사이를 오갑니다. 그래서 3월의 시는 유난히 “미완의 봄”을 잘 보여줍니다. 꽃이 피기 전의 바람, 땅속에서 준비하는 새싹, 한순간에 지나갈 아름다움,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까지-3월은 ‘변덕’이 아니라 ‘전환’의 언어로 읽을 때 더 선명해집니다.

이번 글은 3월을 주제로 한 3월의 시모음을 한 편씩 묶어, 시 원문과 함께 감상평·해설을 덧붙이고, 마지막에 시인 프로필을 같은 시인끼리 정리해두었습니다.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이 시는 3월을 ‘봉투’라는 사물로 시작합니다. 봉투는 ‘도착’과 ‘개봉’의 이미지이고, 누군가에게서 건네받는다는 설정은 3월이 자연현상이라기보다 관계 속에서 열리는 계절임을 암시합니다. “단발머리 소녀”의 웃음과 “꽃봉투”는 소박하고 일상적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소망의 씨앗들”입니다. 씨앗은 당장 꽃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해야만 결과를 보여주는 생명입니다. 즉, 3월은 ‘이미 완성된 봄’이 아니라 ‘심는 봄’입니다.
이해인의 문장은 부드럽지만 목표가 또렷합니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이라는 구절이 특히 중요합니다. 흔히 봄은 지금 당장의 환희로 소비되곤 하지만, 이 시는 가을을 약속합니다. 계절을 직선으로 연결해 ‘노력-성장-결실’의 시간표를 펼치는 셈입니다. 그래서 “흙을 만지는 3월”은 낭만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의 이미지가 됩니다. 손에 묻는 흙, 누군가를 위해 손을 움직이는 노동, 작은 약속을 지키는 꾸준함이 3월의 핵심 감정으로 자리합니다.
후반부의 화자는 “새벽바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들림을 남기고 방향을 바꿉니다. 그리고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장면은 섬세한 동시에 과감합니다. 언어는 꽃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찔러’ 들어가 마음의 결을 바꿉니다. 3월이 마음을 흔드는 계절이듯, 시도 누군가의 내면을 흔드는 일이라는 자기정의가 여기에서 완성됩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3월을 ‘봉투’로 비유해 ‘받는 봄’과 ‘여는 봄’을 동시에 보여줌
- 씨앗-흙-가을의 연결로 3월을 ‘실천의 달’로 재해석
- ‘바람’ 이미지로 시인의 역할을 “보이지 않지만 변화를 만드는 힘”으로 확장
- “연두색 바람”이라는 색채어가 3월의 생기와 미완성을 동시에 전달

3월 - 용혜원
봄이 고개를
쑥 - 내밀기에는
아직은 춥다겨울이 등을 돌리고
확- 돌아서기에는 아직은
미련이 남아 있다뼈만 남은 나무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연초록과 꽃들의 행진을
눈앞에 그리며
기다림과 설렘으로
가득한 계절이다땅속에 햇살이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새싹 눈빛이 가득하다
이 시는 3월의 체감 온도를 정직하게 말합니다. “아직은 춥다”라는 한 줄이 3월의 현실을 붙잡고, 그 다음 줄들이 그 현실을 ‘감정의 구조’로 확장합니다. 봄은 “고개를 쑥 내밀기”엔 이르고, 겨울은 “확- 돌아서기”엔 망설입니다. 이 ‘쑥’과 ‘확’ 같은 의성·의태의 리듬은 3월의 성급함과 주저함을 동시에 들려줍니다.
특히 “미련”이라는 단어가 계절에 부여되는 순간, 3월은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변합니다. 헤어짐에는 미련이 남고, 시작에도 두려움이 남습니다. 3월이 “겨울과 봄의 교대 근무”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뼈만 남은 나무”는 잎이 사라진 겨울나무의 직유이지만, 동시에 버텨낸 시간의 흔적입니다. 뼈는 생명의 최소 형태이고, 그 최소한이 봄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시 전체를 지탱합니다.
후반부는 시각화의 힘이 강합니다. “연초록과 꽃들의 행진”이라는 표현은 아직 보이지 않는 장면을 ‘상상 속 퍼레이드’로 호출합니다. 3월은 실제로 꽃이 만개한 달이라기보다, ‘만개를 상상하는 달’입니다. 그리고 “땅속에 햇살이 따사로운”이라는 문장은 땅 위가 아니라 땅 아래에 주목합니다. 새싹은 ‘지금 여기의 성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준비’의 상징이고, “새싹 눈빛”은 그 준비가 단지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감정과 의지처럼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3월의 핵심을 ‘추위-미련-기다림’으로 명료하게 정리
- ‘쑥-확’의 리듬으로 계절의 망설임을 청각적으로 구현
- 뼈만 남은 나무-땅속 새싹의 대비로 “겉의 빈자리 vs 속의 충만”을 보여줌
- 3월을 ‘현실의 부족’이 아니라 ‘상상의 풍요’로 전환하는 시선

3월 - 이외수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있으면
원고지 속으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 머리맡으로 보냅니다
꽃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신 적이 있나요
한글 중에 제일 꽃을 닮은 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햇빛 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시는 3월을 ‘기상’이 아니라 ‘문장’으로 보여줍니다. 글을 쓰는 밤, 원고지, 진눈깨비, 그리고 “춘천”이라는 지명이 붙는 순간 3월은 특정한 장소와 노동의 시간 속에 놓입니다. 3월은 종종 “새 출발”로 소비되지만, 이 시의 출발점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작업의 고독입니다. 그리고 그 고독의 내부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진눈깨비는 눈과 비의 중간입니다. 완전한 겨울도 아니고 완전한 봄도 아닌, 경계의 강수. 3월의 정체성이 여기에서 정확히 잡힙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꽃이라는 한 음절”을 보낸다는 대목입니다. 꽃을 보내는 게 아니라 ‘꽃이라는 글자’를 보냅니다. 실물 대신 언어가 움직이고, 선물 대신 표기가 움직입니다. 그러면서 시는 한글의 조형성으로 넘어갑니다.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라는 단정은 언어를 시각적 사물로 보게 합니다. 글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형태 자체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그 사실을 ‘꽃’이라는 단어에 집중시켜, 3월의 꽃이 아직 피지 않았어도 글자 안에는 이미 “햇빛”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는 과장된 감상이 아니라, 경계의 계절이 주는 이상한 온도를 표현합니다. 몸은 춥고, 마음은 뜨겁습니다. 밖은 겨울이고, 안은 봄입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춘천의 밤과, 글자 속 햇빛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 모순이 바로 3월의 감각입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진눈깨비를 통해 3월을 ‘경계의 상태’로 구체화
- 꽃을 ‘실물’이 아니라 ‘한 음절’로 보내며 언어의 힘을 전면에 배치
- 한글의 형상성을 활용해 “글자 속 햇빛”이라는 독특한 시각 이미지 생성
- 차가운 공간(춘천의 겨울)과 뜨거운 감정(눈시울)의 동시 존재로 3월의 이중성 강조

삼월에는 - 서정홍
논둑을 걸을 때도
밭둑을 걸을 때도
살살
살살
걸어야 해요.겨우내 추위에 떨다가
봄볕을 쬐려고
살포시 눈 뜨는 풀들이
놀라지 않게
아프지 않게
혼자 일어설 수 있게
이 시는 3월을 ‘속도’의 윤리로 설명합니다. “살살 살살”이라는 반복은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계절의 첫 단계가 얼마나 연약한지 알려주는 경고입니다. 논둑과 밭둑은 농촌의 길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밟는 ‘경계의 자리’입니다. 길이기 때문에 밟히기 쉽고, 가장자리이기 때문에 생명이 먼저 올라옵니다. 3월에는 그 가장자리에 새순이 올라오니 걸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시의 중심입니다.
후반부는 생명의 회복을 매우 조심스럽게 그립니다. 풀들은 “겨우내 추위에 떨다가” 이제 “봄볕”을 쬐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성급한 발걸음에 의해 쉽게 좌절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부탁합니다. 놀라지 않게, 아프지 않게, 그리고 “혼자 일어설 수 있게.” 여기에는 ‘돕되 대신하지 말라’는 태도가 있습니다. 3월이 주는 변화는 누군가가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3월이 단지 밝아지는 달이 아니라, 배려가 필요한 달로 바뀝니다. 우리가 자연에게만 ‘살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새로 적응하는 마음에게도, ‘살살’이 필요하다는 확장 읽기가 가능합니다. 3월은 응원보다 먼저 조심스러움이 필요한 달일 수 있습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3월을 “속도 조절의 계절”로 제시하며 윤리적 메시지를 강화
- 논둑·밭둑이라는 생활 공간을 통해 자연과 일상을 연결
- “혼자 일어설 수 있게”라는 문장으로 ‘배려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
- 짧은 문장과 반복이 만들어내는 ‘발걸음 같은 리듬’이 시의 내용과 일치

삼월에는 - 강원석
삼월에는 잠시라도
눈을 감지 마세요.
그 틈에 꽃이 필지도 몰라요.삼월에는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마세요.
그 소리에 꽃이 질지도 몰라요.아름다운 것은 오래
머물지 않아요.
함께 할 때
귀하고 귀하게 품어 봐요.
이 시는 3월을 ‘찰나의 감각’으로 압축합니다. “눈을 감지 마세요”는 관찰의 주문이고,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마세요”는 존재의 태도를 조정하는 주문입니다. 3월의 꽃은 피고 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잠깐의 방심이 곧 놓침으로 이어집니다. 시는 그 ‘놓침’의 불안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 주의로 바꿉니다.
“그 틈에 꽃이 필지도”와 “그 소리에 꽃이 질지도”는 사실적인 인과라기보다 감각적 비유입니다. 꽃이 우리가 눈을 감는다고 피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숨을 쉰다고 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표현이 3월의 불확실성을 잘 전달합니다. 3월은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날씨도, 마음도, 관계도, 일정도 바뀝니다. 그러니 이 시의 지시는 “통제하라”가 아니라 “느껴라”입니다.
마지막 두 연은 3월의 교훈을 보편화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오래 머물지 않아요.” 계절뿐 아니라 사람, 기회, 감정에도 적용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함께 할 때 귀하고 귀하게 품어”라는 문장으로, 아름다움은 소유가 아니라 ‘동행’의 시간으로 증명된다고 말합니다. 3월은 새로운 시작의 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옆에 있는 것을 놓치지 말라는 달이기도 합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눈’과 ‘숨’이라는 최소 단위 감각으로 3월의 빠른 변화를 포착
- “~지도 몰라요”의 가능성 문장이 3월의 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수용
- 계절의 메시지를 삶의 태도로 확장하며 실천적 결론 제시
- 짧고 단단한 문장으로 ‘주의-경청-동행’의 키워드를 선명하게 남김

3월 - 김사랑
인생에도
어느새 2월이 가고 3월입니다.사랑에도
지금은 겨울은 가고 봄은 옵니다.농부처럼 씨앗을 준비하고
태양이 가까이 오길 기다립니다.시인처럼 시의 씨앗을 뿌리고
하늘 높이 종달이 노래하길 빕니다.인생에서 사랑에서
다시 힘차게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이 시는 3월을 ‘비유의 두 축’으로 세웁니다. 하나는 인생, 다른 하나는 사랑. 둘 다 계절처럼 흐르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다는 구조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어느새 2월이 가고 3월”이라는 문장은 달력의 변화이면서, 심리적 전환의 문장이 됩니다. 2월이 지나간다는 사실은 단지 날짜의 이동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움직일 시간이 시작된다는 선언이 됩니다.
중간의 “농부처럼”과 “시인처럼”이 이 시의 엔진입니다. 농부는 씨앗을 준비하고, 태양이 가까이 오길 기다립니다. 여기서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준비를 전제로 하는 능동입니다. 이어서 시인은 시의 씨앗을 뿌리고 종달이 노래하길 빕니다. 종달새(종달이)는 봄 하늘의 이미지이고, 높이 울어 퍼지는 노래는 상승감의 상징입니다. 즉, 이 시에서 3월은 ‘준비-기다림-상승’으로 구성됩니다.
무엇보다 이 시가 좋은 이유는 “다시 시작”을 강조하면서도, 그 시작을 화려한 결심이 아니라 ‘씨앗’으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씨앗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방향만 맞으면 크게 자랍니다. 3월의 시작은 대개 그런 방식입니다.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루틴 하나, 작은 연락 하나, 작은 습관 하나가 씨앗이 됩니다. 이 시는 그런 현실적인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3월을 인생·사랑의 ‘계절 전환’으로 연결해 공감대를 넓힘
- 농부-시인 비유로 ‘현실적 준비’와 ‘감성적 소망’을 동시에 제시
- 씨앗 이미지로 시작의 크기를 줄여 부담을 낮추고 지속 가능성을 높임
- 종달이(종달새) 이미지로 봄의 상승감과 확장감을 시각화

3월 - 김대식
따뜻한 봄날 꽃이 활짝 웃더니
갑작스런 찬바람에 시들어지는구나따뜻함에 가벼운 옷 꽃 나들이 나갔다가
꽃샘추위 바람 불어 화들짝 움츠리네따뜻하다 추워지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
그래도 꽃들은 하나둘 피어나네
이 시는 3월의 가장 현실적인 풍경을 그대로 담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방심했다가 “갑작스런 찬바람”에 움츠러드는 경험은 많은 사람이 3월마다 반복하는 일입니다. 3월은 ‘낭만의 계절’이라기보다 ‘체감 온도에 속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는 공감의 속도가 빠릅니다.
두 번째 연에서 “가벼운 옷”과 “꽃 나들이”는 봄을 앞당겨 살고 싶은 욕망을 보여주고, “꽃샘추위”는 그 욕망을 현실로 되돌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가 그 상황을 비웃거나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들짝 움츠리네”라는 표현은 귀엽고 솔직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고, 몸이 뒤따라오는 그 어긋남이 3월의 전형입니다.
마지막 연은 3월을 정의하는 핵심 문장입니다. “따뜻하다 추워지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라는 진술 뒤에 곧바로 “그래도 꽃들은 하나둘 피어나네”가 이어집니다. 즉, 3월의 변덕은 꽃의 결심을 꺾지 못합니다. 이 문장은 단순히 자연 찬양이 아니라,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현실적 격려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일정이 흔들리고, 컨디션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려도, ‘하나둘’은 계속된다는 것. 3월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불완전한 조건에서도 이어지는 작은 전진의 계절입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꽃샘추위를 전면에 배치해 3월의 체감 현실을 정확히 포착
- ‘가벼운 옷-나들이-움츠림’의 흐름이 3월의 감정 곡선을 그대로 재현
- 마지막 “그래도”가 주는 회복 메시지가 강하고 직관적
- ‘하나둘’이라는 단위가 3월의 시작을 현실적인 규모로 조절

가는 봄 삼월 - 김소월
가는 봄, 삼월은 삼짇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때는 못 잊게, 그리워.잊으시야, 했으랴, 하마 어느새,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점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때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中 1925년
이 작품은 ‘3월’이면서 동시에 ‘가는 봄’입니다. 일반적으로 3월은 봄의 시작으로 생각되지만, 이 시에서는 벌써 “가는 봄”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계절감의 역설이 있습니다. 어쩌면 김소월이 말하는 봄은 달력의 봄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잠깐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정서의 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3월은 시작이면서 이별의 감정도 동시에 품습니다.
“삼짇”은 음력 3월 3일(삼짇날)을 떠올리게 하고, 제비와 꾀꼬리 같은 봄의 상징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상징들은 ‘봄이 왔다’는 명랑한 신호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라는 구절은 돌아오는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감정은 “못 잊게, 그리워”입니다. 자연은 잊지 않고 오지만, 인간은 잊지 못하고 그리워합니다. 봄의 도래가 곧바로 기쁨이 아니라 그리움의 증폭이 된다는 점이 소월의 정조입니다.

두 번째 연은 고어적 어법과 리듬이 주는 울림이 큽니다. “잊으시야, 했으랴” 같은 표현은 단정하지 않고 흔들립니다.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가능했겠느냐는 자문이 이어집니다.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는 자연의 소리인데도 인간의 사랑을 부르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바람도 “울고 싶은” 바람입니다. 3월의 바람이 상쾌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울음을 동반한다는 묘사는 3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이 시를 3월에 다시 읽으면, ‘시작의 계절’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시작은 늘 상실을 동반합니다. 겨울이 끝나는 상실, 지난 시간의 상실, 혹은 떠나간 ‘님’의 상실. 그러니 3월은 단지 새 출발의 기분이 아니라, 새 출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 감상 포인트(데이터 리스트업)
- 3월을 ‘오는 봄’이 아니라 ‘가는 봄’으로 설정해 정서적 역설을 형성
- 제비·꾀꼬리·바람 등 봄의 상징을 ‘그리움의 장치’로 전환
- 흔들리는 문장 리듬이 “잊지 못함”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전달
- 3월의 명랑함 뒤에 있는 상실과 그리움을 정면으로 다룸

시인 프로필(같은 시인은 묶어서 정리)
각 시의 결이 다르듯 시인들의 언어 습관도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과장 없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특징 중심’으로 프로필을 정리합니다. 연도·소속처럼 오류 가능성이 있는 상세 이력은 생략하고, 독자가 작품 감상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핵심만 데이터로 리스트업했습니다.
- 이해인(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한국 현대시에서 ‘따뜻한 위로, 기도와 성찰의 언어’로 널리 읽히는 시인
- 일상적 사물(봉투, 씨앗, 바람 등)을 영적·정서적 상징으로 확장하는 표현이 강점
- 계절을 ‘감정의 실천’으로 바꾸는 문장(예: 3월=흙을 만지는 달)에서 설득력이 큼
- 용혜원(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계절의 체감(춥다, 기다리다)을 직설적으로 놓고, 그 위에 설렘을 쌓는 방식이 특징
- “연초록과 꽃들의 행진”처럼 미래의 장면을 시각화해 기다림을 구체화하는 경향
- 짧은 행갈이와 반복 리듬으로 독자가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문장 호흡을 자주 사용
- 이외수(소설가·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문학 전반에서 ‘이미지 중심의 문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로 알려짐
- 언어 자체(글자, 문장, 표기)를 감각적 사물로 다루며, 일상과 상징을 결합하는 특징
- “꽃이라는 한 음절”처럼 말과 글의 물성을 강조해 정서적 온도를 끌어올림
- 서정홍(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작은 생명과 일상의 태도에서 윤리적 감각을 길어 올리는 시선이 강함
- 과장보다 절제, 속도보다 배려를 강조하는 문장이 특징
- 짧은 반복(살살 살살)로 리듬을 만들며, 메시지를 생활 속 행동으로 연결
- 강원석(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짧은 문장으로 계절의 본질을 압축하고, 독자의 행동(눈을 감지 마세요)을 직접 호출
- ‘아름다움의 유한성’ 같은 주제를 직관적인 어휘로 전달하는 방식이 돋보임
- 감각(시각·호흡)을 매개로 현재성(지금 함께)을 강조하는 경향
- 김사랑(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인생·사랑·계절의 대응 관계를 통해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특징
- 농부와 시인 같은 비유를 활용해 ‘현실의 준비’와 ‘감성의 소망’을 동시에 제시
- “씨앗” 이미지처럼 시작을 부담 없는 크기로 제안하는 문장이 강점
- 김대식(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꽃샘추위, 변덕스러운 날씨 등 생활형 계절 체험을 소재로 삼아 공감을 이끌어냄
- 일상의 에피소드를 정리해 마지막에 ‘그래도’의 결론으로 회복을 주는 전개가 특징
- 현실 기반의 계절 감각을 통해 3월의 기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만드는 문장
- 김소월(시인) 프로필 리스트업
- 한국 근대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서정성과 한(恨)의 정조가 강함
- 자연의 상징(제비, 꾀꼬리, 바람)을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으로 전환하는 데 탁월
- 고어적 리듬과 반복이 결합된 문장으로 ‘잊지 못함’의 심리를 음악적으로 구현
결론

3월의 시들을 한데 모아 읽으면 공통된 단어가 몇 개 떠오릅니다. ‘씨앗’, ‘기다림’, ‘변덕’, ‘찰나’, ‘바람’, 그리고 ‘그리움’입니다. 3월은 매년 오지만, 매년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습니다. 어떤 해의 3월은 유난히 춥고, 어떤 해의 3월은 유난히 빨리 따뜻해지며, 어떤 해의 3월은 마음이 더디게 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3월을 잘 통과하는 방법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감각을 열어두는 태도와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리듬에 가깝습니다.

봉투를 열듯 소망을 꺼내고, 살살 걷듯 시작을 배려하고, 눈을 감지 않듯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변덕 속에서도 ‘그래도 하나둘’ 피어나는 쪽을 믿는 것. 그 모든 태도가 시 속에 들어 있고, 그 태도들이 쌓여 결국 3월을 ‘진짜 봄으로 만드는 사람의 봄’이 됩니다.
'생활 문화 > 책 문학 시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오는 날 시 모음, 이상희, 류시화, 용혜원 시인 비에 관한 시모음집 (0) | 2025.11.06 |
|---|